(3편) 의료사태 원인 분석과 해법
의사 노동 시장의 부조리
[SNS 타임즈] 전공의들이 착취에 가까운 고강도 노동을 버티는 이유는 미래 전문의 취득 후 받을 대접을 생각하면서 뼈를 갈아넣는 자세로 헌신하고 있는데, 이번 의대 정원 확대로 그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실망감에서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인 것은 주요 의과대학 교수들 마저 올 하반기에 새로 들어오는 전공의들의 교육을 거부하겠다며,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막고 있다.
의사 노동시장은 한국 노동시장이 갖는 기형적 구조의 축소판이다. 현대자동차 제조현장에서 같은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데도 하청업체 직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직원은 현대자동차 정규직에 비해1/2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정규직의 연봉이 1억원 가까이 되는 이유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반도 안되는 저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부에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적용하려고 하면, 막강한 노조를 앞세워 극렬하게 저항한다. 귀족노조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의료 사태에서 비정규직과 유사한 전공의가 앞장 서고, 그들을 활용해서 높은 보수를 받아온 전문의 교수들이 전공의 파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와 같은 먹이 사슬 때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경계가 분명하게 그어져 있고 높은 기득권 카르텔 장벽으로 가로 막혀 있다. 높다란 기득권 카르텔 보호 장벽 안의 정규직은 고용 안정과 고소득을 향유하는 반면, 기득권 카르텔 보호 장벽 밖의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과 저소득에 시달린다.
현대 자동차 조립 라인 처럼 정규직 노동 조합이라는 보호 담장 안에 있는 정규직은 가능한 한 소수를 유지하면서 더 필요한 노동은 보호 담장 밖의 비정규직을 활용한다. 지금 의사 노동시장도 이런 노동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규직 전문의는 필요 인력보다 훨씬 적은 수로 운용하고, 부족한 노동력은 수련생 신분의 비정규직 전공의로 채운다.
전공의들, 미래 기득권 붕괴 가능성에 반발
전공의는 고강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로 입성할 때 까지는 불안정한 신분과 적은 소득을 감수해야 한다. 전공의들은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노동 구조속에서 연봉 8천만 원 정도 받는데,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평균적으로 볼때, 낮은 임금은 아니지만, 전공의들이 투입된 시간에 비해서는 상당히 열악하고 또 전공의들이 모시고 있는 전문의들의 수입이 자신들의 연봉에 비해 3~4배 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은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잠시 견디고 노력을 하게 되면 그 기간에 임상 훈련을 통해서 전문의로서의 실력도 갖추게 되고 또 장래는 보다 많은 수입이 보장된다고 기대해왔는데, 의대 입학 증원이 되고,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 물론 10년 후부터의 일이지만 미래 전공의들이 활동할 땐 개인이 받아가는 수입은 줄어들 것이고, 경쟁 역시 심화될 것이므로 이와 같은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하여 강력한 반대 세력이 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착취에 가까운 고강도 노동을 버티는 이유는 미래 전문의 취득후 받을 대접을 생각하면서 뼈를 갈아 넣는 자세로 헌신해왔는데, 이번 의대 정원 확대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전문의 진입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그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이 되고 있다.
전문의들, 현재의 기득권에 집착
정부는 하반기에 수련할 전공의 7,645명을 모집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지원하겠다는 전공의는 현재까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해서 주요 의과대학 교수들은 새로 들어오는 전공의들의 교육을 거부하겠다며,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막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대형병원에 포함되는 연세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소속 교수들이 하반기 채용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교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면접 과정 중 지원자의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 사실상 전공의 모집에 제한을 뒀다.
사직 전공의들이 동일 과목·연차로 빅5 등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 재수련할 수 있도록 했는데, 주요 대학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막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와 환자단체는 비판한다. 권병기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장(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일부 의대 교수 비대위에서는 이번에 뽑는 전공의를 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용기 내어 수련을 계속하고자 하는 전공의를 위축시키는 일부 교수님들의 입장에 대해 정부는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연세대 의대 교수들에 대해 "지방에서 서울로 지원하는 전공의 진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환자의 고통과 생명을 포기하고 국민의 치료권을 방해하는 행동은 자랑스런 학풍이 아니라 몰염치하고 반인륜적 학풍임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철회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의대 교수들의 전공의 수업 거부가 형법상 업무방해죄, 사립학교법상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와 같은 빅5대형병원 일부 교수들의 전공의 복귀를 반대하는 언행은 정부가 그간 의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의료공백 우려를 이유로 효력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공의들은 의대증원을 철회하고 의료정책 패키지를 백지화하지 않으면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교수들마저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막으면서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의 업무는 가중되고 병원 경영난과 의료공백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의사 노동시장은 착취적 노동 환경이 심각한 상황인데다 ‘의대 쏠림’으로 인해 국가 전체의 인적자원 배분을 심히 왜곡하고 있으므로 의료개혁은 지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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