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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秋霜)논객 이상일 칼럼.
자료 사진. /SNS 타임즈

추상(秋霜)논객 이상일 칼럼.

탄핵에 인질로 잡힌 국가와 장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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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일 논설고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이어 대통령 대행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했다. 윤정부 출범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29번째 탄핵이다.

탄핵의 주된 이유는 한 총리가 여야 합의를 내세우면서 헌재 재판관 3명을 신속하게 임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물론 여당과 한 총리의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논리가 아주 정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 계엄사태 이전엔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탄핵한 장관들의 헌재 재판 과정을 고의로 지연시켜 엉터리 탄핵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윤정부의 뒷다리를 잡으려고 국회 몫 헌재 재판관 3명의 추천을 지연시켜오다가 갑자기 돌변한 민주당의 대응 역시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한 총리 탄핵은 윤정부 출범 이후 29번째 탄핵안이다. 과연 탄핵 광풍이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설득과 타협의 정치는 실종된 상태다. 그 결과 대행의 대행까지 생겨났다.

이재명이 천년에 한 번 만났다는 천재일우(千載一遇),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사생결단으로 대통령 자리로 직행하기 위해 올코트 프레싱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행국이다.

과연 대통령 대행-국무총리 대행인 경제관료 최상목이 강성 보수진영과 여당의 바람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 최상목이 한 총리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며 정치권에 재고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행의 대행은 더욱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태세이다.

그러면 또 탄핵, 그다음 대행의 대행의 대행도 임명 안 하면 또또 탄핵, 그다음 또또또 탄핵, 그다음 또또또또 탄핵하면, 국무회의 정족수 부족으로 내각이 붕괴되고, 무정부 상태가 되면, 이재명 민주당의 국회 입법 독주 시대가 올 것이 아닌가!

그러면 탄핵 남발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놓고 여야가 눈치를 볼 것이므로 이재명의 거칠 것 없어 보이는 탄핵 열차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건 민심뿐일 것이다.

윤정부의 장관들이 이재명의 입법 권력에 인질이 된 상황이다. 마치 항공기 납치범이 조건을 내걸고 들어주지 않으면, 하루에 인질 한 명씩 처형해서 시체를 비행기 밖으로 던져버리는 수십 년 전 사건이 연상될 정도이다.

탄핵 치킨게임에 정치생명을 건 것처럼 보이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경제가 어려워지든 말든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헌재의 정원이 9명인데 현재 재판관은 6명이다. 이렇게 만든 건 민주당이 윤정부를 흔들고 뒷다리를 잡기 위해 국회 추천 몫인 3명의 추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2025년 4월에 헌재 재판관 2명이 퇴임하므로 그때까지 탄핵 심판이 끝나지 않으면 헌재의 기능은 마비가 되고 윤 대통령은 업무정지 상태로 남은 임기를 마치게 되고, 대선은 그때까지 미루어지게 되므로 이재명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윤 대통령의 현재 심정은 최악의 경우 헌재 재판에서 패배하더라도 범죄자(윤 대통령의 판단)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신념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재명 역시 사생결단하고선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대행 장관들을 대상으로 연쇄적인 탄핵을 추진할 것이고, 일극체제인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병정처럼 탄핵 전쟁에 참전할 것이다.

이에 비해 나라를 걱정하고 민초들의 삶을 헤아려야 하는 대행의 대행의 어떤 장관이 결국 연쇄 탄핵 전쟁에서 항복하고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대행-대행 체제를 이어가는 장관들은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장관이든 대행 자리를 이어받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폭탄을 터트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자신을 임명해 준 윤 대통령이 버티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의리와 보수진영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과 속죄양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한 총리가 국회에서 151명 의원 찬성 기준으로 탄핵이 가결되자 버티지 않고 최상목 부총리에게 대행 자리를 순순히 내어준 건 폭탄을 돌렸다는 안도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재명의 선거법 재판 시계와 윤 대통령의 탄핵 헌재 재판 시계 싸움이 연쇄 탄핵 전쟁의 핵심이다. 겉으로만 정의와 민주주의로 포장한 위선과 몰염치 그리고 후안무치(厚顏無恥)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K-문화, K-방산, K-예술 등처럼 어떤 분야든 K란 수식어만 붙이면 세계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애물단지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의 정치판이다.

정권 초 적폐 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어도 정치권 쓰레기는 더욱 높게 쌓여만 가고 있고 일부 강성 국민들은 양진영으로 나뉘어서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남북을 가르는 담장 높이보다 진보-보수 내부 갈등으로 인한 남남을 가르는 이념의 담장이 더 높아만 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의 탄핵 치킨게임이 언제 멈출지 알 수 없지만, 탄핵 횟수가 높아갈수록 비례해서 국민들의 원망과 고통소리도 높아갈 것이다. 

첩첩산중에서 날은 저물고 있으나 갈 길이 먼 것(日暮途遠) 같은 심정으로 국민들의 근심과 고통은 커져만 가고 있는데도 정치판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으니 묘수가 보이질 않는다.

그 나라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라는데, 어찌할 것인가. 국민들이 자각하는 방법 이외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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