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3년의 도량칩거… 얻은바 없는 즐거움
강청사 현공스님의 천일수행 회향 story
▲ 아산시 염치읍 영인산 자락에 위치한 강청사. 이 도량은 주지인 현공 큰스님이 손수 설계하고 지었다. (사진= 정대호 기자/SNS 타임즈)
[SNS 타임즈] 두 번째 천일기도 정진 중인 강청사 현공스님은 24일 두문불출 3년간의 도량칩거를 마치고 천일수행 회향일을 맞았다.
천일기도 회향을 맞는 새벽 예불,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날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범인들은 완주점과 최종 목표를 눈 앞에 두고, 다 됐다는 심리적 해이감에 흐트러진 자신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기자는 흔치 않은 인연으로 천일기도 중 매 100일째마다 수행현장을 참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허락 받았다. 그간 9차례를 함께하며 정진중인 스님의 변함없는 부동심과 순일함을 목격해 왔다. 열 번째이자 천일기도 회향을 맞는 이날 2018년 2월 24일 또한 어제의 다른 하루일 뿐임을 느꼈다. 평범함과 여여함,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의미 있고 특별한 날 이었다.
일천일 회향을 기념해 차려진 부처님 공양물 또한 소박하게 준비됐다. 불필요하거나 넘침 없이 꼭 필요한 정성 그 자체만 올려졌다. 경제적 여건과 준비에 필요한 지원 손발, 허락된 시간만이 고려됐다.
오전 2:30분 이면 늘 잠자리를 정리하는 스님은 이날도 어김 없이 새벽 3시 첫 예불로 천일 기도의 하루를 시작했다. 아산시 염치읍 영인산 자락에는 강청사라는 조그만 도량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이 손수 지은 소박한 암자에 거주하는 현공 큰스님은 이날 도랑석과 종성을 시작으로 1000일 기도 회향일, 약 2시간 가량의 첫 예불을 마쳤다.
일천일 기도 회향의 첫 일정을 마무리하는 순간 이었다.
▲ 천일수행 회향일 새벽기도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소회에 대해 밝히고 있는 아산시 염치읍 강청사 현공 큰스님. (사진= 정대호 기자/SNS 타임즈)
새벽 예불을 마친 현공 큰스님은 천일기도 회향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얻은바 없이 얻어 즐겁다”며 “무형의 자산을 얻었기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큰 선물을 받았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기도할 때마다 세상의 이치가 풀려가고, 경에서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 조금씩 이해되며 실상쪽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공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은 한치도 어긋나는 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말로 표현 보다는 해보면 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스님은 “난공사가 부가 가치가 높듯 어려운 수행을 해 보면 미혹의 때가 많이 벗어진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현공 스님은 이번 천일기도에서 관세음보살님 같은 공덕인이 돼 관세음보살처럼 살아 갈 수 있기를 서원했다고 한다. 온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할 수 있는 기회와 그들을 교화를 할 수 있는 지혜가 함께 하기를 마음속에 다짐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스님은 기회가 되면 법문, 그러나 소위 말하는 고차원 법문 보다는 일반인들을 위한 생활 법문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000일 기간 동안 스님은 마장으로 어려운 고비를 맞기도 했다. 정진 기간 중 스님의 수행을 가로 막은 가장 큰 마장은 살이 빠지며 부수적으로 생긴 고통이었다. 평소 거구의 체격에 함께 한 불필요한 살들이 천일기도를 통해 정리되며 고통이 수반된 것이다.
현공 스님은 “이번에는 살이 빠지며 엄청 힘들었습니다. 통증으로 잠에서 깨면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부지기수로 반복됐습니다”라며 되뇌었다.
스님은 마장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수행에 방해가 되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마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끄달려서는 않됩니다. 또 기도에도 너무 욕심을 내서도 안됩니다. 그 자체가 마장이지요”라고 경계했다.
현공 스님은 자연스럽게 업 이야기로 이어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으면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일이죠”라며 현공 큰스님은 “사람들은 생각 없이 습 대로 삽니다. 몸은 현실을 사는데 생각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죠, 이러니 언제 깰 수 있겠습니까?”라고 습의 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습 탈피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봐야 한다는 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현공 큰스님은 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얼마 전 구정을 즈음해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나누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언급하며, 이는 부처님의 법과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공 스님은 ‘복은 주고 받는 것이 아닌, 주고 받을 수도 없는 지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과의 법칙에 따라 복과 공덕을 지어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처님의 법을 간과하고 습관처럼 복을 입으로 구걸하는 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스님은 복을 짓는 방편으로 ‘남을 위한 봉사와 조건 없는 보시’라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태도를 제시했다.
현공 큰스님은 “세상살이 법칙은 참 엄격하다, 엄정하면서 냉정하다. 우리 사람과 사람간에는 이해도 해줄 수 있지만 세상질서는 그렇지 않다. 복과 덕을 못 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부처님은 만 중생에게 득이 되게 살라 하셨다”고 간략히 법문 했다.
두 번째 천일기도를 회향한 현공 스님은 앞으로 거창한 계획 보다는 자신이 공부한 부처님 법을 사람들의 근기에 따라 전해주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개인과 대중 모임에 따라, 또 계층에 따라 그에 맞는 부처님 법을 전하겠다는 것이다. 현공 스님은 “젊은이들과 노인, 또 대상의 성격에 따라 그들에게 맞는 부처님 법이 있으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면서 “(법을) 고정시키면 어렵다, 세상이 시시각각 변화고 사람마다 다 다른데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강청사 천일기도 회향법회 현장 Live 방송 장면. /SNS 타임즈
한편, 이날은 새벽 예불과 7시 법화경 독성기도 후, 조촐하게 천일기도 회향 행사가 마련됐다. 오전 10시에는 평소 인연을 맺고 있는 타 사찰 큰스님들을 초청해 함께 회향 법회를 거행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 각지와 주변 마을에서 인연 닿는 대중들이 함께 했다.
또, 오후에는 기쁘고 좋은 날을 기념해 음악과 음성 공양이 준비 됐다. 여기에는 평소 스님과 봉사활동을 해왔던 음악 동아리가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 공주 금강사 월연 대종사가 24일 강청사 현공스님 천일기도 회향법회에서 수행 공덕과 근기에 대해 법문하고 있다. (사진= 정대호 기자/SNS 타임즈)
이날 회향법회에서 공주 금강사 월연 대종사는 현공 스님과 사부대중을 위해 회향을 축하하는 법문을 설했다. 이 자리에서 월연 큰스님은 수행 근기와 일행삼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서만 수행 성취에 이를 수 있음을 역설했다.
월연 큰스님은 “천 생각 만 생각 수없이 해도 한번 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정진력이 대근기 대용맹이 아니면 천일기도를 마칠 수 없다”고 현공스님의 수행 근기를 흔들림이 없는 거목의 뿌리에 비교하며 높이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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