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인사이트(Insight)
친중 좌파 정치인들의 18번 ‘黃河萬折必東, 황하만절필동’
黃河萬折必東, 황하만절필동 “황하는 만번을 굽어져도 동쪽으로 흐른다”
▲ 이미지 편집: SNS 타임즈
위 표현은 국내 진보 좌파 친중주의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문구 중 하나입니다.
의미를 직역해 보면, "황하강은 만 번을 굽어지더라도 동쪽으로 흐른다"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황하강은 서쪽보다 동쪽이 낮기 때문에 황하가 굽이굽이 흘러 동해(우리나라 기준으로는 황해)로 흘러갑니다.
이것을 의역하면, "모든 일은 순리대로 결정된다",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다", "중국이 대세다" 등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기승전결’에서 결=중국 | ‘기승전 중국’이란 의미가 담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가장 문명된 나라라는 의미의 중화사상을 대변하므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좌파들은 무척이나 이 용어를 좋아하며 애용해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주중 대사로 임명된 노영민이 신임장을 증정할 때 방명록에 기록한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萬折必東 共創未來(만절필동 공창미래)
"(중국이 대세인 것이 순리이니) 순리에 맞게 다 같이 번영하면서 잘 살자"라는 덕담이지만, 도가 지나친 사대주의자의 아부라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역시 문재인 정부 때 국회의장이던 문희상이 미국 방문 시 페로시 하원의장에게 자신이 붓글씨로 쓴 휘호를 선물했는데, 그것이 黃河萬折必東이었습니다.
물론 문희상은 중화주의로 해석하지 않고 ‘모든 일은 순리대로 흘러간다’라고 생각하고 전달했겠지만,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무감각했고, 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답사로 연설한 내용 중 "~중국은 큰산이고, 한국은 주변 작은 봉우리~" 운운한 것도 맥락으로 보면, 그 기조엔 黃河萬折必東이 깔려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黃河萬折必東이 자주 사용된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백성들로부터의 인기를 질투했던 찌질이 선조가 괴산 화양동 계곡 바위에 쓴 글씨 '萬折必東'이 남아 있는데, 선조는 임진왜란으로 이씨 왕조의 절대절명의 위기 때 명나라 만력제 신종이 파병해서 도와준 것을 뼈저리게 감사한 것 같습니다.
사실 명나라는 임진왜란 이후 국력이 크게 약화되어, 40년 뒤에 멸망하고 청나라가 세워졌습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조선을 지원한 것이 그 패망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론의 수장 우암 송시열은 제자들에게 명나라 신종(임진왜란 시 도와준 황제, 만력제 주익균)과 의종(명나라 마지막 황제, 주유겸)을 모시는 사당을 건축하라고 유언을 남기고 사사를 당합니다.
제자들이 지은 사당이 ‘만동묘’입니다. 만동묘란 명칭 역시 黃河萬折必東에서 "萬東" 두 자를 따온 것입니다.
사실 이때는 명나라가 망한 지 50년이 지났고 중국은 청나라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왜 우암 송시열은 망한 명나라의 황제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짓게 했을까요?
뿌리 깊은 사대주의 때문일까요?
아니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으로 외적으로부터 된통 당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조선 양반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고리타분한 성리학에 세뇌되어서인지?
또는 유교를 이용해 땅에 떨어진 왕조의 위신을 올려서 충성심을 키우려고 한 건지?
만동묘로 대표되는 중화사대주의의 해괴한 역사는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선은 500년 내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가장 문명한 나라라는 의미의 중화(中華) 사상에 빠져 사대주의라는 소금에 절여져 왔습니다.
문재인이 언급했던 중국은 큰 산이고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는 것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조선은 작은 중국, 즉 소중화(小中華)를 지향해왔지요!
그런데 좌파 정치인 이해찬은 우암 송시열로 대표되는 노론이 200년 이상 이어져 와 지금 국내 정치판의 국민의힘당, 즉 보수의 뿌리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진보 좌파 정치인들은 발상의 전환과 논리의 비약 전개 면에서 보수 우파 정치인보다 탁월한 능력을 갖습니다.
중화사상과 사대주의에 찌든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을 좌파, 우파 정치꾼들 모두가 서로 상대편의 뿌리라고 돌림빵을 놓는 걸 보면, 중화사대주의가 부끄럽게 느껴지기는 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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