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발언대] 찬탁 반탁의 근저를 이루는 이념 전쟁, 현대 한국의 보수-진보 갈등
적폐청산에서 비상계엄까지... 이념 전쟁의 격화와 그 해법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찬탁·반탁으로 국민이 갈라졌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사태 한 달 만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이를 막으려는 경호처,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가시광선(Visible Light, 可視光線)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아름답고 개성 있는 7색으로 분리되어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그러나 일상에선 이 7가지 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흰색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이념 스펙트럼 역시 폭이 넓다. '극좌-강진보-온건 진보-중도-온건 보수-강보수-극우' 등으로 펼쳐진다.
이념을 크게 분류하면, '자유'를 가치로 삼는 보수, '평등'을 가치로 삼는 진보로 양분된다. 자유와 평등은 각각으로는 좋은 단어이지만, 만나면 공존 또는 조화가 되지 않고 충돌될 수 있는 단어다.
완전하게 자유로워지려면 평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완전하게 평등해지려면,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광화문, 한남동에서 이념 전쟁이 내전 수준으로 확전되었을까?
그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積弊淸算)으로 진보·보수 이념의 골이 엄청나게 심화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은 정권 내내 적폐청산을 내걸고 이전 보수 정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정치 보복성의 먼지털이, 별건 수사의 칼을 휘둘러서 박근혜를 쳤고, 결국 이명박까지 노무현의 복수를 위해 쳤다고 보수진영에선 보고 있다.
적폐청산의 대표 칼잡이로 활약한 윤석열이 보수진영에 영입되어 대권까지 잡은 상황은 아이러니컬하기도 하고, 이념 전쟁이 순수한 이념 투쟁이 아니라 이전투구(泥田鬪狗) 수준이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의 적폐청산의 기저에는 노무현의 자살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깔려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과 노무현의 악연은 광우병으로 시작되었다. 거짓으로 시작된 광우병 파동은 촛불 시위로 커져 이명박 정부 출범 초 엄청난 타격을 가해 치명상을 입고 제대로 국정을 운영해 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명박은 국가경제를 도약시켜 후세에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대통령이 되려던 꿈이 어이없이 허물어져 버렸다.
이명박은 광우병 촛불시위로 불길을 키운 반정부 세력 배후엔 노무현 세력이 있다는 믿음으로, 노무현의 범죄를 철저하게 수사하며 손을 봐주게 되었고, 진보진영에선 정치보복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광우병사태는 MB에겐 큰 위기였다. 가짜뉴스와 괴담이 판쳤다. 먹거리에 불안을 느낀 일반 국민들이 선동되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권 내부에선 대선 불복세력이 주도하는 정치도발이란 강경 대응론이 비등했다. 그 당시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MB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촛불 행렬을 보고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면서 국민들에게 지기로 했다고 회고록에서 고백하고 있다. MB는 비록 선동되었지만 국민과 맞짱 뜨는 대신에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으로 뒤로 물러섰고 대통령실장과 다섯 명의 수석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거짓 뉴스와 선동에 의해 정권 초를 허무하게 흘러보내버린 억울함과 분노는 내면에선 정리되지 않은 듯했다. 이후 노무현에 대한 검찰수사와 부엉이 바위 투신자살의 비극이 이어지며 진보진영의 분노와 복수심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노무현의 자살로 이어진 검찰의 수사는 당시 비서실장으로 겉으로는 유화해 보이지만 문재인은 내심으론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박근혜 탄핵으로 정권을 잡자 박근혜를 친 후, 이명박까지 구속하게 된 것으로 보수진영에서 보고 있다.
문재인은 2017년부터 적폐청산을 정권 내내 밀어붙인 결과, 보수진영은 궤멸되는 수준으로 타격을 받았고, 진보·보수 간의 대립은 총성 없는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 문재인은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는 취임사는 적폐청산으로 공염불이 되면서 진보·보수의 담장은 높아만 갔고, 2019년 뜨거웠던 여름, 광화문과 교대 인근 검찰청사 앞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의 세 겨루기 집회가 수십만 명이 운집하는 조국사태로 절정을 이루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과 국회 탄핵사태로 재점화된 내전 수준의 이념 전쟁은 진보 이념을 가진 사회 주역인 40-50대와 보수이념을 가진 일선에서 물러난 60-70대의 세대전쟁으로 확전되고 있으며, 진보이념을 가진 세대의 50~60대로의 이동, 20~30대에서 보수이념 가진 MZ세대의 증가하는 양상을 보면 이념 전쟁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북 분단을 가져온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의 담장보다 더 높아져 보이는 보수·진보 간의 이념 담장은 K-방산, K-컬처, K-테크, K-문학, K-원전 등 K라는 수식어만 붙이면 명품으로 인정받고 세계를 앞서나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암적 요소가 되고 있다.
내전 수준의 철 지난 이념전쟁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종결시켜야 한다. 차기 정권을 진보·보수 어느 진영에서 잡더라도 엄청난 도전이자 풀기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다.
국민들의 이념은 가시광선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넓게 펼쳐지더라도 국가 사회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백색광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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